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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뉴스]로봇이 나를 더듬어 느낀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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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실장 작성일15-09-14 13:16 조회3,96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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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과 예술 만나는 ‘로보틱 아트’

‘다빈치 크리에이티브 2015’전에 전시된 루이-필립 데메르의 ‘블라인드 로봇’을 체험하는 관람객. 사진 = 금천예술공장

▲ ‘다빈치 크리에이티브 2015’전에 전시된 루이-필립 데메르의 ‘블라인드 로봇’을 체험하는 관람객. 사진 = 금천예술공장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 = 김금영 기자) 우리는 기계를 만지면서 “이거 잘~ 만들어졌군”이라고 품평한다. 그런데, 반대로 로봇이 우리를 만지면서 “이거, 영 시원치 않은데”라고 판정한다면 도대체 어떤 느낌일까? 흔히 예술은 시대를 앞서간다고 한다. 그런 앞서가는 예술, 즉 로봇이 주체가 되고, 인간이 객체가 되는 세상을 미리 느끼게 해주는 전시회가 열리고 있어 화제다.

서울 금천예술공장에서 9월 30일까지 열리는 ‘다빈치 크리에이티브 2015’전에는 캐나다의 루이-필립 데메르가 출품한 ‘블라인드(눈먼) 로봇’이 있다. 이 로봇 앞의 의자에 사람이 앉으면 로봇 팔이 움직이면서 관객의 얼굴과 몸을 섬세하게 더듬는다. 상대를 인식하는 과정이다. 소설가 김탁환과 뇌 과학자 정재승(KAIST 교수)은 지난 2010년 인간과 로봇이 사랑하고 증오하는 얘기를 그렸다. 여자가 ‘남자 기계’에 애정을 느끼고, 남자 기계는 사람 여성에 퇴짜를 놓는 등 2049년 서울 풍경을 그린 소설이다. 소설 속 세계의 일부가 금천예술공장에 펼쳐진 셈이다.

이 전시는 첨단 기술과 예술이 만나면 어떤 효과를 일으킬지에 대한 호기심에서 시작됐다. ‘센스 오브 원더(Sense of Wonder, 경외감)’라는 큰 주제를 매년 변주해 전시를 개최하는데 올해로 6회째다. 2014년부터는 규모를 확대해 해외 작가를 초청하고 강연회를 열고 일반인과 전문가를 대상으로 하는 제작기술 워크숍까지 병행된다.
 
‘다빈치 크리에이티브 2015’전과 함께 열린 강연회 현장. 사진 = 금천예술공장

▲ ‘다빈치 크리에이티브 2015’전과 함께 열린 강연회 현장. 사진 = 금천예술공장

올 전시에는 김아영, 김은솔, 안성석, 양종석, 디지털 히피만, 박승순, 박재완, 이재성, 최영환, 코드블루, 팀보이드, 루피-필립 데메르, 모리스 베나윤, 양민하, 우주, 림희영, 랩 [오](LAb[au]), 1024 아키텍쳐 등 국내외 작가가 총 15점의 작품을 내놨다.

작품들은 하나 같이 가만히 있지 않는다. 아이디어 공모를 통해 제작된 코드블루의 ‘센티멘테일(Sentimentail, 센티멘털과 칵테일의 합성어)’은 프랑스 영화 ‘무드 인디고’(2013)에서 착안했다. 관객이 피아노를 연주하면 그 감정을 음 높이, 크기, 선율로 분석해 매번 다른 맛의 칵테일을 만들어 내놓는다.

디지털 히피단의 ‘가상현실에서의 죽음’은 기계를 머리에 쓰는 순간, 눈앞에 가상현실이 펼쳐지면서 죽음의 체험을 시켜준다. 기자가 직접 침대에 누워 체험해봤는데, 정말로 임종을 앞두고 병원에 누워 있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기계가 보여주는 이미지에 사로잡혀 현실과 가상현실이 혼동되는 경험이다. ‘재미있다’는 느낌과 함께 기계에 지배당하는 두려움이 동시에 느껴지는 묘한 경험이다.
 
작품 감상도 재미있지만, 인간의 삶에 영향을 끼치는 첨단 기술의 가능성, 그리고 여기에서 인간이 느끼는 감정에까지 질문을 던진다는 점이 이 전시의 매력이다.
 
로봇에 감정이입 하는 인간

이런 전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4~7월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로봇 에세이’전이 열렸다. 첨단 기술을 예술의 범주에서 활용하는 ‘로보틱 아트’라는 새로운 미술 장르를 소개하고, 지난 역사와 다가올 미래 사이의 인간과 기계의 관계를 살펴보는 전시였다. 프로그램에 따라 움직이는 기계와 로봇이 전시장에 등장한 모습은 생경하면서도 신선한 느낌을 줬다.

당시 전시 참여 작가들은 로보틱 아트에 대한 심미적 탐구의 결과를 역동적으로 가시화해 보여줬다. 또한 로봇에 대해 인간이 가진 꿈과 두려움을 이미지와 텍스트로 보여주기도 했다.
 
다빈치 크리에이티브 2015’전에 전시된 박재완-이재성 작가의 ‘오토포이에시스’ 작품. 관객 참여형 미디어 스킨이다. 자유롭게 작품을 떼어 다른 곳에 붙일 수 있다. 수시로 불이 들어오는데, 그 색도 다양하게 바뀐다. 사진 = 금천예술공장

▲ 다빈치 크리에이티브 2015’전에 전시된 박재완-이재성 작가의 ‘오토포이에시스’ 작품. 관객 참여형 미디어 스킨이다. 자유롭게 작품을 떼어 다른 곳에 붙일 수 있다. 수시로 불이 들어오는데, 그 색도 다양하게 바뀐다. 사진 = 금천예술공장

한 예로 비르길 비트리히는 지난 100년 동안 제작된 공상과학 영화들을 기반으로 그 속에 등장하는 로봇의 이미지와 인간의 반응을 수집한 ‘메이크/리얼(Make/Real)’을 내놨다. 과학 기술의 발달은 표면적으로는 인간을 보다 나은 삶으로 이끌겠다고 하지만, 고도로 발달한 현대 과학은 한순간에 인간을 멸종시킬 수도 있는 위험성 역시 노출시키고도 있다.

이번 ‘다빈치 크리에이티브’전도 이런 미묘한 상황과 감정을 이야기한다. 전시 개막 당일 열린 강연에서 참여 작가인 루이-필립 데메르는 ‘대체 컴퓨팅과 로보틱 아트: 로보틱 아트의 맥락에서 어떻게 컴퓨팅을 재고할 것인가?’를 주제로 퍼포먼스 아트와 인공지능을 논했다. 그는 로봇이 오브제를 넘어 무대의 진정한 퍼포머(Performer)로 인식되고, 로봇의 추상적이고 개념적인 퍼포먼스가 인간의 공연과 흡사하게 관객의 감정 이입과 반응을 불러일으키는 현상을 설명했다. 
 
‘다빈치 크리에이티브 2015’전 예술 감독을 맡은 최두은 큐레이터는 “이번 페스티벌은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며 인간과 기계, 가상과 현실,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관객에게 호기심을 선사해 온 국내외 미디어 아티스트들과의 대화 마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나혜·김수아 전시담당
“로봇 매력에 빠져보실래요?”
 
- 올해로 ‘다빈치 크리에이티브’가 6회째다. 그동안의 변화를 한마디로 말한다면? 
 
“처음엔 생소하다는 이야기도 있었고 규모도 작았다. 그런데 벌써 6회를 맞았다. 지금은 많은 분이 관심을 갖고 전시장을 찾는다. 지난 6년 동안 신진 예술가의 아이디어를 선발해 창작, 기술 지원, 전시, 기업과 협업, 해외 진출까지 지원해왔다. 2014년부터는 페스티벌로 규모를 확대했다. 국내 미디어 아트 분야 신진 예술가들이 데뷔하는 무대이자 국제 미디어 아트의 현재를 체험할 수 있는 자리로 성장했다.”
 
- 올해 전시에서 특히 신경 쓴 부분은?

“크게 국제성, 대중성, 그리고 장소성 세 가지다. 워크숍 작가로 1024 아키텍쳐(프랑스), 허르만 콜겐(캐나다), 랩[오](벨기에)가 참여했고, 루이-필립 데메르(캐나다), 모리스 베나윤(프랑스) 등을 초청해 국내뿐 아니라 해외 작가의 작품도 함께 선보였다. 그리고 더 많은 대중의 관심을 끌어들이기 위해 페스티벌의 성격에 맞게 개막 행사도 개최했다. 1024 아티텍쳐의 ‘리세션’ 공연, 허르만 콜겐이 국내 현악 4중주와 함께하는 ‘링크.씨’ 퍼포먼스, 힙합 아티스트 ‘빈지노’의 특별 공연이 진행됐다.
 
빠질 수 없는 게 장소성이다. 금천예술공장 주변엔 미술관이나 갤러리가 없다. 금천구 독산동 일대는 1980년대 섬유·봉제 산업을 이끌던 구로공단 지역이었다. 2000년 이후 서울디지털산업단지로 명칭을 변경하면서 소프트웨어 벤처기업, 패션 디자인, 정밀 기기 중심의 첨단정보산업단지로 탈바꿈했다. ‘다빈치 크리에이티브’전은 이런 지역 정체성 아래 설계됐다. 예술가의 아이디어와 서울디지털산업단지의 기술력 결합이 목표다. 전시 공간이 있기엔 어색한 지역이기에, 이 지역만의 장소성과 결합해 특징 있는 전시를 선보이고 싶었다.”
 
‘다빈치 크리에이티브 2015’ 전시를 담당한 김수아(왼쪽)-박나혜 씨. 사진 = 김금영 기자

▲ ‘다빈치 크리에이티브 2015’ 전시를 담당한 김수아(왼쪽)-박나혜 씨. 사진 = 김금영 기자

- 전시 기간이 짧아 아쉬운데.
 
“미디어 아트 작품의 특성상 전시 기간이 길 수 없다. 직접 만지거나 움직일 수 있는 관객 참여형 작품이 많아 고장이 나기도 한다. 전시 기간 중 계속 작가가 보수하는 과정을 거친다. 로봇 팔이 관객을 인식하는 ‘블라인드 로봇’의 경우도 시간제한을 두고 있다.”
 
- 첨단 기술과 예술이 결합된 전시가 점점 많이 열리는 추세다. 그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첨단 기술이 집약된 스마트폰을 장난감처럼 활용하고, 늘 손에 들고 다니는 시대다. 첨단 기술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왠지 어려운 것 같지만, 막상 그 기술의 결과물은 항상 우리 삶에 가깝게 존재한다. 첨단 기술을 소재로 한 영화도 많이 접할 수 있다. 그 친근함이 전시에도 반영된 것이다.

일반적으로 하얀 공간에 전시된 그림이나 조각을 보기 어려워하는 관람객이라도 ‘다빈치 크리에이티브’전에 전시된 로봇 작품에 대해선 ‘이거 영화에서 본 것 같네’ 하면서 쉽게 다가온다. 친숙하면서도 호기심이 발동하기에 거부감이나 부담감이 적은 것이다.

이런 관심을 바탕으로 직접 시민이 참여한 작품도 전시됐다. 고등학생 12명이 만든 ‘우리를 둘러싼 영역들’ 작품이다. 지진 활동 데이터를 바탕으로 비주얼과 소리를 만들었다. 아이들이  처음엔 ‘어려울 것 같다’ ‘하기 싫다’고 흥미 없어 하더니, 막상 작업이 시작되자 신나게 몰입했다. 전시된 결과물을 보고 뿌듯해하기도 했다.
 
아이디어는 있지만 막상 제작에 부담감을 느끼는 시민을 대상으로 한 ‘2015 시민 아이디어 리서치전’ 코너에는 장유진(30) 씨의 ‘스피크업(Speak-Up)’이 전시됐다. 전철에서 이어폰을 끼거나 핸드폰으로 영상을 보는, 마치 기계에 정신을 지배받는 듯한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는데, 좀 더 타인에 마음을 열어보자는 주제를 가진 작품이다.”
 
- 주로 방문하는 관객층은?

“어린아이부터 나이 드신 분까지 다양하다. 첨단 기술이 결합된 전시이기에 기업이나 기술팀이 관심을 보이며 관람하러 오기도 한다. 이런 관심에 구로디지털단지 벤처기업 (주)누리봄과의 공동 제작, 글로벌 IT 그룹(KT) 및 패션잡화브랜드(빈치스)와의 협업이 진행됐다.

호응도가 과거와 비교하면 점점 더 커지는 것을 느낀다. 오프닝 파티 때 사전 예약을 받았는데 500명이 빠른 시간 내에 마감됐다. 전시와 연계된 강연에도 많은 사람이 몰렸다. 첨단 기술과 예술이 결합돼 긍정적인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는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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