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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심해, 해저로봇이 지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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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실장 작성일15-07-15 14:09 조회3,99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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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무인잠수정 ‘해미래’, 해저 작업할 수 있는 ‘크랩스터’, 심해 광물 채광하는 ‘미내로’

경북 포항시에서 북동쪽으로 140㎞ 떨어진 바다. 길이 3.3m, 폭 1.8m, 높이 2.2m의 정체불명의 물체가 수면 아래로 들어갔다. 40분 뒤 이 물체는 바닷속 1500m 아래 밑바닥까지 내려갔다. 바다눈(바다 표면에서 죽은 플랑크톤이 잘게 분해돼 심해로 떨어지는 현상)을 헤집고 접근하는 이 물체가 처음 만난 생물은 대게. 대게는 깜짝 놀라 뻘밭으로 파고들었다. 이어 강원도 별미로 알려진 벌레문치도 슬금슬금 이 물체를 피해갔다. 이때 호기심이 난듯 이 물체 옆으로 우산 모양의 물체가 하늘거리며 접근했다. 심해 말미잘이다. 정체불명의 물체는 팔을 뻗어 말미잘을 채집했다.

정체불명의 물체는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의 심해무인잠수정인 ‘해미래’다. 해미래는 6월 20일부터 닷새간 포항 심해 이곳저곳을 탐사했다. 해미래는 심해 6000m까지 내려갈 수 있는 잠수정이다.

사람이 들어갈 수 없는 한반도 심해를 ‘로봇’이 책임지고 있다. 심해 6000m까지 내려갈 수 있는 무인잠수정 ‘해미래’, 해저 작업을 할 수 있는 ‘크랩스터’, 심해 광물을 채광할 수 있는 ‘미내로’는 해양과학기술원의 해저로봇 3총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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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해양과학기술원 부설 선박해양플랜트 연구소가 보유한 ‘다관절 복합이동 해저로봇’ 크랩스터. /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제공

 

맏형은 무인잠수정 ‘해미래’다. 110억원을 들여 6년간 연구 끝에 2007년 개발됐다. 미국, 일본, 프랑스에 이어 네 번째였다. 해미래는 개발 중이던 2006년 10월 동해 울릉분지 해저 2050m에서 로봇팔로 태극기를 꼽는 데 성공했다. 그해 11월에는 서태평양 필리핀해 해저 5775m까지 내려가 심해저를 촬영했다. 2010년 천안함 사건 때는 천안함의 파손된 선체 부속물을 채집하는 지원활동에 나섰다.

해미래는 전 세계 바다의 97%를 탐사할 수 있다. 동해는 평균 수심이 1684m, 최고 수심이 4049m이니 동해는 모두 탐사할 수 있다. 일반 잠수함이 150m, 첨단 핵잠수함도 700m 아래로는 더 내려갈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무인잠수정의 가치는 커 보인다.

해양과학기술원의 해저로봇 3총사
해미래는 지상에서 원격으로 조종한다. 조종실에서 조이스틱을 움직여가며 작업하는 형식이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 2007년에 개발이 끝났지만 지금까지 탐사에 나선 것은 5~6차례밖에 안된다. 1년에 한 번이 어렵다. 올해 탐사도 2013년 이후 2년 만이었다. 하루 탐사에 1000만원씩 드는 운영비가 부족하고, 해미래를 태워 바다로 이동시킬 배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지금은 종합해양조사선인 ‘온누리호’를 이용하는데, 온누리호 일정이 원체 빡빡하다 보니 대여 날짜를 잡기가 쉽지 않다.

유지관리도 잘 안 된다. 유지관리할 건물이 없어 탐사하지 않는 해미래는 천막 속에서 보관된다. 여름이 되면 땡볕 40도에 방치되고, 장마 때는 습기와 싸워야 한다. 겨울에는 영하의 칼바람을 견뎌내야 한다. 110억원을 들여 만들었지만 이런 식으로는 오래 쓰기 힘들다.

(위에서부터)(1) 무인잠수정 ‘해미래’는 심해 6000m까지 내려가 물리·생물·지질 연구 및 침몰선 조사, 해저관측기지 건설 등을 할 수 있다. /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제공 (2) 해파리를 절단해 퇴치하는 ‘해파리 퇴치 로봇’. / 해양수산부 제공 (3) 채광로봇 ‘미내로’는 심해저의 광물자원과 망간단괴 채광을 위해 개발된 로봇이다. /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제공

20150721_57.jpg최근 가장 주목받은 로봇은 ‘크랩스터’다. 게나 가재처럼 6개의 다리를 이용해 바닷속을 다니면서 해저탐사에 나선다. 그래서 이름도 게(크랩)와 가재(랍스터) 두 단어를 합쳐 만들었다. 울퉁불퉁한 해저지형에서도 직접 탐색이 가능하고, 조류가 밀려와도 웅크리며 피해갈 수 있다. 총 연구비 600억원을 들여 아직 개발 중이다. 크랩스터는 지난 4월 충남 태안 앞바다에서 실험용 도자기를 건져 올리는 데 성공했다. 지난해 세월호 침몰 때도 투입돼 세월호 영상촬영에 이용됐다. 크랩스터는 고해상도 카메라를 달아 혼탁한 수중에서 100m 반경 이내 물체를 탐지할 수 있다. 또 초음파카메라는 전방 15m 이내 동영상을 촬영한다. 수심, 온도, 전도도, 수층별 유속 등의 데이터도 실시간으로 전달한다. 크랩스터는 2010년 천안함 침몰사건을 계기로 개발이 시작됐다. 지금은 해저 200m까지 내려가지만 내년이면 6000m까지 내려갈 수 있도록 개선된다. 지난달에는 크랩스터가 수심 200m에서 초당 0.25m 속도로 이동하면서 해저를 탐사하는 데 성공했다. 크랩스터는 해양과학기술원 산하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에서 개발하고 있다. 이판묵 해양시스템연구부 책임연구원은 “해미래와 크랩스터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이들을 해상으로 가져가 조종을 할 수있는 모선(母船)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두 로봇이 한반도 심해에서 수행할 지질학적·생물학적 작업은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심해의 광물을 캐내는 채광로봇 미내로는 길이 6.5m, 폭 5m, 높이 4m로 3총사 중 덩치가 가장 크다. 이렇게 큰 덩치로 망간단괴를 캐는 임무를 부여받았다. 망간단괴란 바닷물에 녹아 있는 금속성분이 5000m 깊이의 심해 퇴적물 위에 가라앉아 형성된 검은색 광물 덩어리다. 망간, 니켈, 구리 등 첨단산업에 활용되는 성분이 많아 ‘검은 황금’이라 불리기도 한다. 한국은 1994년 유엔에 망간단괴 독점광구를 등록했다. 하와이 동남쪽 2000㎞에 있는 클라리온-클리퍼톤 해역의 심해 5000㎞ 지역이다. 이곳은 한국만이 단독으로 탐사하고 채광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채광로봇이 필요했는데 그게 미내로다. 미내로는 총 사업비 1242억원이 투입돼 올해까지 개발을 완료할 계획이다. 미내로는 2013년 포항 앞바다 수심 1370m 심해를 원격으로 주행하는 데 성공했다. 올해는 심해 5000m에서 도전한다. 미내로는 수심 2000m에서 무리없이 채광하는 것이 목표다. 미내로가 개발완료되면 연간 30만t의 망간단괴를 생산해 10억 달러(약 1조1000억원)의 수입 대체효과를 거둘 것으로 해양수산부는 기대하고 있다.

 
해상에는 ‘해파리 퇴치로봇’도 등장
7월 10일 현재 경남 고성군 자란만에는 9대의 소형로봇이 떠 있다. 이들은 해파리를 절단해 퇴치하는 ‘해파리 퇴치로봇’이다. 해양과학기술원 3총사만큼 화려하지는 않지만 현장에서 직접 활용가능한 상용로봇이다. 가로 2.1m, 세로 2.0m, 높이 1.7m의 규모로 해파리를 칼날로 절단하는 기술을 갖고 있다. 지상에 설치된 해파리 방제 통합관리센터에서 위성항법장치(GPS)로 해파리 위치정보를 알려준다. 해수부와 미래창조과학부가 협업하고 있는 이 사업은 한국과학기술원(KAIST)의 한 교수팀이 특허를 갖고 있다. 지난 11억원, 올해 10억원 등 총 21억원의 개발비가 투입됐다. 지난해 6월 개발에 착수해 이제 갓 1년 정도 지났다.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의미다. 지금은 수심 1m 내외 해수면에 떠다니는 해파리만 제거할 수 있다. 또 파도가 거세게 치면 작업을 할 수가 없다. 수심 3m 깊이의 해파리까지 절단할 수 있고, 어느 정도의 파고에 견디는 로봇 개발이 올해의 목표다. 박환준 해수부 수산정책과장은 “지금까지는 어민들이 직접 바다에 나가 해파리를 제거했는데 로봇이 개발되면 어업활동에 도움이 많이 될 것”이라며 “최근 해수면 온도가 상승하면서 남해에 해파리 출몰이 잦은 만큼 해파리 퇴치로봇의 유용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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