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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입 10년 앞둔 한국 로봇수술, 세계가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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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실장 작성일14-12-01 12:42 조회6,79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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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3102대, 국내도 46대 보급
더 정교하고 섬세하고 사실감 높게 발전
의사-엔지니어 협업, 새 모델 개발에 영감

데이브 로사 인튜이티브서지컬 부사장은
데이브 로사 인튜이티브서지컬 부사장은 "최근 10년간 수술용 로봇의 진화는 사실상 의료 현장과의 끊임없는 교감이 강하게 작용했다"고 강조했다. 사번이 9번인 로사 부사장은 1996년 당시 막 설립된 인튜이티브서지컬에 들어가 20년가까이  연구개발 현장에 몸담고 있는 로봇 수술 업계의 산증인이다. /인튜이티브서지컬 제공

“1990년대말 첫 수술 로봇 다빈치 모델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기술적 진화가 있습니다. 위암과 직장암, 갑상샘암 수술에서 다빈치의 기능적 진화에는 의사들의 공이 큽니다.”

다빈치 제조사인 인튜이티브서지컬의 데이브 로사(사진)부사장은 최근 10년간 다빈치 시스템의 진화 과정에는 의사들과의 끊임없는 교감이 강하게 작용했다고 말했다. 최근 서울 신촌 연세세브란스병원에서 열린 로봇수술 시연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로사 부사장은 다빈치 연구개발(R&D)의 방향성을 찾고 기술전략을 총괄하는 최고연구개발책임자(CSO·Chief Scientific Officer)를 맡고 있다. 회사 입사순서에 해당하는 사번이 9번인 로사 부사장은 1996년 당시 막 설립된 인튜이티브서지컬에 들어가 20년 가까이 수술로봇 연구개발에 몸담아 온 산증인이다.

“로봇수술 급성장 비결은 외과의사들과의 교감”

인튜이티브서지컬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면허를 받은 최초의 수술로봇 전문회사다. 1995년 전자공학자 로브 영과 의사출신 프레데릭 몰이 손을 잡고 회사를 차린 뒤 올 상반기까지 전세계에 3102대가 넘는 다빈치 수술로봇을 공급했다. 국내에는 2005년 신촌세브란스병원에 처음 도입된 뒤 서울아산병원, 서울대병원, 고려대안산병원 등 전국 35개 병원에 46대의 다빈치가 공급됐다. 아시아 지역에선 일본 다음으로 많이 공급됐다. 2008년 연간 수술환자가 2611명으로 껑충 뛴 뒤 2010년 이후 해마다 6000명 이상의 환자가 수술을 받는다. 내년이면 국내에 다빈치 로봇이 도입된 지 꼭 10년이 된다.

로사 부사장은 “다빈치 로봇의 기술적 진화를 거쳐온 지난 10년은 ‘인간 손의 한계를 넘어서는 역사’나 다름 없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한국의 외과 의사들에게 감사를 아끼지 않았다. 다빈치의 운영 능력도 뛰어나지만 수술 과정에서 얻는 노하우와 경험을 새 모델 개발에 기꺼이 공유해왔기 때문이다. 다빈치의 수술 대상인 결장암과 직장암, 갑상샘암 수술에 활용되고 있는 주요 기술과 시술 방식은 한국 의사들이 사실상 주도하고 있다고 해도 무리는 아니다. 이런 명성은 해외에도 알려져 지난달 10일 중앙대 병원에서는 인튜이티브서지컬 엔지니어와 미국 뉴욕 마운틴 시나이병원 외과 의사들이 방문해 갑상샘암과 위암 로봇수술을 참관하기도 했다. 미국에서는 주로 전립샘암이나 직장암에 대해서만 로봇수술이 이뤄지고 있다 보니 국내 의료진의 ‘로봇 의술’을 배우러 온 것이다.

“능력있는 의사와 기업은 모두 우리의 협력 파트너”

다빈치는 기술적으로도 의료 현장의 요구를 철저히 반영하고 있다. 이른바 사용자가 개발 과정에 참여하는 ‘사용자 혁신’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는 셈이다. 로사 부사장은 “환자의 배에 낸 작은 구멍을 통해 수술부위를 보는 다빈치 로봇의 비전 시스템이 지금처럼 3D기술을 도입하고 신체 조직의 색깔까지 현실감 높게 구별하도록 아이디어를 내고 개선을 요구한 것도 의사들”이라며 “올해 출시한 4세대 모델인 다빈치Xi이 더 섬세해지고 빨라진 것도 수술실의 요구를 충실히 반영한 결과”라고 말했다.
 
4세대 모델인 다빈치Xi는 수술 준비 시간를 대폭 줄였고 4개 로봇팔의 움직임이 더 자유로와졌다. 또 의사의 눈 역할을 하는 3D 비전시스템도 개선됐다. /인튜이티브서지컬 제공
4세대 모델인 다빈치Xi는 수술 준비 시간를 대폭 줄였고 4개 로봇팔의 움직임이 더 자유로와졌다. 또 의사의 눈 역할을 하는 3D 비전시스템도 개선됐다. /인튜이티브서지컬 제공
인튜이티브서지컬은 로봇수술 분야에서 독점력을 강화하기 위해 각국의 작지만 강한 기업들과의 협력을 꺼리지 않는다.

로봇팔에 끼워 사용하는 다양한 수술용 기구는 미국과 유럽연합(EU)의 기업들과 협력해 만들고 있고, 심지어 경쟁사인 올림푸스와도 협력을 하고 있다. 더 많은 의사들에게 사용법을 가르치기 위해 사실감 높게 만든 시뮬레이터 기술 역시 이 분야에서 앞선 미국과 이스라엘 기업들과 협력하고 있다. 국내에선 서울대의대가 미국 존스홉킨스의대 연구진과 로봇 수술 연구결과를 필요한 의사들이 이용할 수 있는 이른바 로봇수술 앱 장터를 함께 만들고 있다. 로사 부사장은 “의사들이 요구하는 기술력을 서둘러 확보하기 위해 자체 연구도 하지만 상당 부분은 ‘오픈 이노베이션’ 방식의 연구개발에서 취하고 있다”며 “정확한 수치를 밝히기는 어렵지만 수백 개 기업에 이른다”고 말했다.

다빈치 수술 로봇은 지금까지 모두 4가지 모델이 나왔다. 1999년 첫 모델이 나온 뒤 2006년과 2009년 개선된 모델이 나왔고 올해 네 번째 모델인 다빈치 Xi를 선보였다.
초창기 모델이 수술을 하는 의사의 손목 움직임을 로봇팔이 정확하고 섬세하게 따라하도록 만드는데 초점을 맞췄다면 3세대인 다빈치Si 수술시스템은 10배까지 확대 가능한 고화질 시야와 3차원(3D) 화면이 정확한 수술을 하도록 설계됐다.

지난달 말 국내에 선보인 다빈치 Xi는 수술기구를 환자에게 갖다 대는 이른바 ‘도킹(docking)’ 시간을 줄이고 로봇팔 4개가 천장에서 내려오도록 설치해 팔 움직임이 한층 수월해졌다. 또 의사가 다양한 각도에서 수술 부위에 접근하도록 설계돼 수술범위도 넓어졌다. 의사의 눈 역할을 하는 내시경 성능도 한층 나아졌다. 스마트폰 카메라에 들어가는 상보성화합물반도체(CMOS) 이미지센서로 몸속 깊은 곳에 내시경을 넣어도 종전보다 더 선명하고 밝은 이미지를 얻는다. 이 밖에도 적외선(IR)를 쏘여 종양 부위의 이상 혈류흐름을 알아내는 기술도 함께 선보였다.

“수술로봇 주요 특허 풀렸지만 끄덕 없어”
 
자료: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자료: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다빈치는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사람 몸에 긴 칼집을 내는 대신 구멍을 3~4개 뚫어 수술하는 최소 칩습 수술을 주로 해왔지만, 최근 들어 구멍을 하나만 뚫어서 치료하는 단일공 수술 방식이 주목 받고 있다. 그만큼 수술 부위가 작아 회복속도도 빠르고 입원 기간도 2~3일로 줄어드는 이점이 있다. 물론 값비싼 장비 탓에 여전히 높은 비용은 환자들에게 큰 부담이다. 그러나 최근 병원간에 경쟁이 벌어지면서 초창기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떨어지는 등 장기적으론 수술비가 더 줄어들 소지는 있다.

인튜이티브서지컬은 현재 수술 로봇과 관련해 이미 1500건의 미국 내와 해외의 특허를 보유했거나 독점권을 갖고 있고, 이와 별도로 출원한 특허는 1400건에 이른다.

하지만 후발주자들의 등장과 함께 거센 추격을 받고 있다. 최근 다빈치의 핵심 기술들의 특허 시한이 차례로 만료되면서 ‘카피캣(copy cat·모방꾼)’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3D 프린터의 핵심 특허들이 2013년과 2014년 잇따라 만료되면서 3D프린터 업체들이 전세계적으로 크게 늘어난 것과 마찬가지다. 하지만 로사 부사장은 “걱정할 필요가 별로 없다”고 말했다.

그는 “수술로봇은 미국 식품의약국(FDA)를 승인을 거쳐야 하는 등 시간과 비용이 만만치 않게 들어가는 산업”이라며 “다른 후발주자들이 따라올 동안 더 앞서가면 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한해 연구개발(R&D)에만 전체 매출의 9%에 이르는 2억 달러를 투자하고 있다는 것이다.

로사 부사장은 또 “이런 상황에 아랑곳하지 않고 로봇수술 시장의 건전한 확대를 위해 만기가 돌아온 특허는 적극적으로 다른 기업들이 사용하도록 공개하고 있다”고도 했다.
 
지난달 10일 중앙대 병원에서는 인튜이티브 서지컬 엔지니어와 미국 뉴욕 마운틴 시나이병원 의료진이 참관한 가운데 갑상선암과 위암 환자에 대한 국내 의사들의 로봇수술이 시연회가 열렸다. /중앙대병원 제공
지난달 10일 중앙대 병원에서는 인튜이티브 서지컬 엔지니어와 미국 뉴욕 마운틴 시나이병원 의료진이 참관한 가운데 갑상선암과 위암 환자에 대한 국내 의사들의 로봇수술이 시연회가 열렸다. /중앙대병원 제공
로사 부사장은 또 지난해 미국에서 제기된 로봇수술의 의료 사고 논란과 관련해 “현재까지 다빈치 때문에 환자가 숨지거나 문제가 된 발생한 의료 사고는 한 건도 보고된 적은 없다”면서도 “환자의 안전을 가장 우선하는 철학과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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