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성 탐사로봇 ‘필레’ 이번엔 겨울잠 깰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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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실장 작성일15-05-12 10:44 조회6,931회 댓글0건본문
영하 160도의 극저온 공간에 죽은 듯 누워 있는 인류 최초의 혜성 탐사로봇 ‘필레’(Philae)가 오는 17일쯤이면 기나긴 잠에서 깨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세계적 과학저널인 ‘네이처’는 필레가 착륙한 혜성이 이달 중순 태양과 가까운 근일점에 위치하면서 17일쯤 태양 에너지를 공급받아 잠에서 깨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최근호에서 보도했다.
혜성 착륙을 주도한 유럽우주기구(ESA) 과학자들은 올해 3월 중순 필레와 교신을 시도했다 실패했지만, 17일쯤에는 필레가 작동해 교신이 가능할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ESA는 지난해 11월 12일 탐사선 ‘로제타’에 실린 필레를 혜성 ‘67P/추류모프-게라시멘코’에 착륙시켰다. 지름 4㎞, 중력이 지구의 수십만분의1에 불과한 혜성 67P는 초속 38㎞의 속도로 태양 주위를 돌고 있다. 필레를 실은 우주선 로제타는 혜성과 같은 속도로 이동하면서 세탁기 정도 크기에 무게 100㎏에 불과한 필레를 23㎞ 상공에서 혜성에 착륙시키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혜성 표면에 탐사로봇을 고정하는 작살이 제대로 발사되지 않아 햇빛이 닿지 않는 그늘 지역에 불시착해 착륙 60시간 만에 작동이 멈췄다.
필레의 운영을 총괄하는 독일항공우주센터(DLR) 스테판 울라메크 박사는 필레가 작동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선 필레가 충분히 충전될 수 있도록 태양빛에 12시간 이상 노출돼야 한다는 것이다. 영하 160도까지 떨어지는 혜성의 그늘에 놓인 필레의 관측장비들이 다시 작동하기 위해서는 내부 온도가 영하 45도까지는 올라가야 한다. 이와 함께 태양과 가까워질수록 증가하는 혜성의 먼지에 필레의 태양광 집열판이 덮이지 않아야 한다.
ESA와 과학자들이 필레가 다시 작동하기를 바라는 것은 혜성이 태양계와 생명의 기원을 알려주는 열쇠이기 때문이다. 혜성은 45억년 전 태양계가 만들어지고 남은 물질들이 떨어져 나가 얼어붙은 물질이다. 혜성이 태양계로 다시 들어오면서 점점 녹아 가스와 먼지를 내뿜는데, 이것들을 분석하면 태양계 생성 당시의 여러 정보를 알 수 있게 된다.
실제로 필레는 착륙 후 수집한 정보를 통해 혜성 67P의 수증기 조성이 지구상의 물과 다르다는 것과 혜성에 자기장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려 왔다. 이를 통해 지구의 물이 혜성에서 오지 않았으며, 자기장으로 인해 행성이나 항성이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게 됐다.
DLR 발렌티나 롬마추 박사는 “불행히 이번에 필레가 깨어나지 못하더라도 혜성이 태양에 가장 가까이 다가가는 근일점 시기인 오는 8월 13일쯤 한 번 더 부활의 기회는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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