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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챌린지, 재난로봇 개발 계기 될 듯_KAIST 우승, 로봇한국 위상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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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실장 작성일15-07-04 10:33 조회6,70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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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챌린지, 재난로봇 개발 계기 될 듯이미지 크게보기
다르파 로보틱스 챌린지에서 우승을 차지한 ‘팀 KAIST’의 ‘DRC-휴보(+)’ (사진: 월간로봇)
6월 5일은 국내 로봇계에 큰 의미를 가지는 날이었다. 국내 최초 휴머노이드인 KAIST의 휴보(HUBO)가 미 국방부 산하 방위고등연구계획(DARPA.다르파)이 개최한 재난 로봇 경진대회인 다르파 로보틱스 챌린지(DRC)에서 우승을 거머쥔 것이다.

이번 DRC는 후쿠시마 원전사고와 같은 복잡 다양한 재난구조 상황에서 활용 가능한 재난 구조 로봇 개발을 위해 시작했다. 일본 원전 폭발은 사람이 들어갈 수 없는 정도의 많은 방사선이 누출돼 원전 내부를 확인하기도 쉽지 않았다. 일본이 자체 개발한 로봇들은 이런 열악한 상황에서 사용할정도의 충분한 테스트를 거치지 않았기에 사용하기 어려웠다. 미국 아이로봇에서 빌려온 팩봇(PackBot)의 내부 투입은 성공했지만, 배터리 한계와강한 방사성으로 인한 방해 전파 때문에 시설을 자세히 살펴볼 수 없었다.

다르파는 이런 극한 상황에서 로봇이 사람을 대신해 내부 상황을 파악하고, 위기를 대처하기 위해 경연대회 형식의 도전(challenge)을 세계 로봇계에 던진 것이다. 이 행사는 다르파의 프로젝트 매니저 길 프랫을 중심으로 추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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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원전의 상황을 재현해 구성한DRC 경기장
실제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의 상황을 재현해 원격지의 발전소까지 차량을 직접 운전해 이동하고, 원자력 발전소에 들어가 밸브 잠그기, 벽 뚫고 가기, 장애물 회피, 전력이 차단된 내부 시설에서 계단을 이용하여 상위 층으로 이동하는 등의 미션을 수행해야 한다.

이번 DRC 경기장은 메인 스테이지를 중심으로 좌.우 2개씩 총 4개의 경기장이 있어 4팀이 동시에 경기를 치뤘다. 6월 4일과 5일 이틀간 경기를 진행, 가장 좋은 성적(미션 완수 당 1점에 만점은 8점, 경과 시간)을 낸 최고의 팀을 선발했다. KAIST의 휴보가 우승을 차지했고 2위는 미국의 인간기계연구소(IHMC)가, 3위는 미국 카네기멜론대의 타르탄 레스큐 팀이 차지했다. 서울대 팀의 ‘똘망SNU’는 12위, 로봇벤처 로보티즈의 똘망은 15위에 올랐다. 일본도 5팀이 참가했지만 준비 부족으로 하위권에 머물렀다.

DRC에서 소개된 주요 기술
DRC가 세계의 로봇 전문가들이 대거 참여해 경쟁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대회에서 소개된 기술을 통해 현재의 로봇기술을 가늠해 볼 수 있다.

▷재난 구조에 적합한 하드웨어
재난사항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번 DRC미션처럼 예상치 못한 다양한 상황에서도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대부분 사람과 같은 휴머노이드 형태가 많다. 이는 사람이 설계하고 이용하는 건물 내부에서 수색이나 탐사 등의 임무를 수행하려면 사람 형태 즉 휴머노이드 형태가가장 미션을 수행하기 적합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를 반영하듯 25개 참가팀 중 21개 팀이 휴머노이드 형태의 로봇으로 참가했다. 나머지 로봇들도 4족 혹은 다족형 로봇이지만 각 미션을 수행하기 위한 최적의 디자인으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이번 대회에서 우승한 카이스트 팀은 휴머노이드 형태면서도 2륜 휠 베이스의 이동 로봇으로 변형할 수 있어서 휴머노이드라는 정해진 틀을 파괴한 매우 적절한 아이디어라는 평가를 받았다. 시간이 촉박한 재난 현장에서 하나의 형태를 고집하기보다 상황에 따라 주어진 미션을 더 제대로수행할 수 있기에 매우 적절한 구조라고 볼 수 있다.

열악한 환경에서의 활동 능력 지난해 펼쳐졌던 DRC예선전과 달리 이번 결승전에서는 로봇이 넘어지는 것에 대비해 설치했던 안전 가이드를 사용할 수 없게 했다. 또 예선전에 허용했던 외부 전원 없이 자체 배터리를 이용해 임무를 수행하도록 했다. 재난 구조 현장의 현장성을 살리는 동시에 로봇이 넘어졌을 때 자율적으로 일어나거나 원상 복귀를 염두에 두고 제작하라는 뜻이었다. 또 이 모든 것을 독립 전원으로 수행되도록 하라는 것이었다.

본선에서는 많은 팀들이 안전장치와 외부 전원 없이도 멋지게 대회 임무를 수행했다. 특히 3위에 입상한 타르탄 레스큐 팀은 거의 모든 임무에서 리트라이얼(대회 도중 팀원들의 요청으로 미션을 다시 시작 하는 것)없이 부상 후에도 임무에 복귀해 많은 박수를 받았다.

특히 결승전이 펼쳐졌던 미국 캘리포니아는 연일 가뭄이 이어질 만큼 고온이었는데 이 또한 로봇의 미션수행에 큰 장애가 됐다. 각 로봇이 동작하면서 뿜어내는 열도 문제지만 현지의 기온 또한 30도에 육박해 햇볕에 로봇이 과부하 걸리기 십상이었던 것이다.

지난 예선전에서 우승한 일본 샤프트(SHAFT)가 이를 대비하여 수랭식(물로 식히는 방식)을 택했다면, 이번에 우승한 카이스트는 공랭식(공기로 식히는 방식)을 선택해 열악한 환경에 대비했다. 이런 점이 전문가들에게 높은 평가를 받았고, 대회 결과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열악한 환경에 어떻게대비했는지가 이번 대회의 중요한 기술적 포인트였다고 할 수 있다.

통신 제약의 극복
DRC에서는 원전 사고와 같은 복잡 다양한 재난구조 상황에서 활용 가능한 지능 로봇 개발을 위한 취지를 살려 그 당시의 상황을재현한 부분이 많다. 특히 당시 가장 큰 문제 중 하나였던 방사선으로 인한 통신 제약을 그대로 구현했다. 경기장 내에서 로봇을 원격 조종하는 컨트롤 센터와 로봇 간 통신을 방해하는 강력한 전자 잡음을 간헐적으로 송신하는 무선 방해 장치를 설치한 것이다. 이 통신 제약은 원격 제어를 하는 로봇 팀들에게 매우 난해한 문제였다. 경기 로봇에게 큰 영향을 끼쳐서 관객들이 보기에는 “왜 로봇이 자꾸 멈춰있지?” 싶을 정도로 경기 중 로봇의 동작 실행에 있어서 큰 걸림돌이 됐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각 팀들은 현지의 정보를 적은 센서 수로 수신하고, 원격 조정뿐만 아니라 자동으로 미션 수행을 할 수 있도록 디자인해야 했다. 이번 DRC에서는 이 임무의 수행이 중요한 변수였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상위에 랭크된 팀일수록 통신 제약을 많이 극복했다.

반자동 미션 수행
DRC의 미션은 로봇들의 논스톱 자동 수행이 아닌 원격 제어가 많은 부분을 차지했다. 물론 모든 미션을 로봇이 직접 수행한다면 최고의 평가를 받겠지만, 현재의 기술로는 모든 미션을 완벽하게 수행하기란 어렵다. 오히려 어떤 일이 발생할지 모르는 이번 도전 같은 상황에서 원격제어와 이를 돕는 반자동 미션 수행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모든 팀들이 미션 수행방법을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경기 후 열린 워크샵과 대회영상에 나타난 내용을 기반으로 미션 수행과정을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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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컨트롤 센터 내부 모습(왼쪽)과 로봇의 상태가 표시된 화면
AIST-NEDO팀 컨트롤 센터의 원격지와 1㎞이상 떨어진 컨트롤 센터에서 각 팀이 로봇이 보낸 컬러 이미지, 물체와의 거리를 측정한 포인트 클라우
드 데이터(로봇으로부터의 장애물을 수 만개의 점으로 표현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디스플레이 한다. 여기에 일본 AIST연구소가 개발한 시뮬레이터(Choreonoid)를 사용, 전.후방과 좌.우 손에 부착된 컬러 카메라로 현재 상황을 받아 화면에 띄우고 중앙에는 로봇의 포인트 클라우드 데이터와 로봇 모델을 게시한다. 그 후 각 미션을 위해 준비한 문, 밸브, 드릴, 호스 등의 3차원 가상모델에 실시간 포인트 클라우드를 이용해 거리 옵셋(offset)을 조정하고 시뮬레이션 상에 로봇과 모델을 다시 수동 혹은 자동으로 정위치 시킨다. 그 후 정해진 스텝에 따라 미션을 수행하기 위한 모션을 자동으로 생성하면서 로봇을 제어한다. 이 옵셋 수정은 주로 수동으로 이뤄졌는데 마우스, 키보드 장비뿐만 아니라 게임용으로 나온 게임패드나최신 오큘러스 가상현실(VR) 장비까지 동원됐다.

반자동 미션 수행은 각 팀에서 공통적으로 찾아 볼 수 있었다. 통신 제약을 얼마나 극복할 수 있느냐가 중요한 임무이므로 수동을 최소화하고 자동으로 로봇의 현재 위치와 자세 인식, 정해진 물체의 인식, 모션 계획의 실시간 계산 및 적용 등에 따라 성과가 달랐다.

워크샵에서 KAIST 오준호 교수가 밝힌 바와 같이 KAIST팀은 다른 팀들과는 달리 불필요하게 360도의 모든 데이터를 받기보다 미션 수행에 필요한 최소한의 데이터를 받을 수 있도록 센서 수와 배치를 최적화했다. 또 가능한 미션에 필요한 모션 생성은 자동화하되 최종 결정은 오퍼레이터가 하는
등 미션 수행에 최적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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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르파 로보틱스 챌린지에서 관중들이 환호하고 있다.(사진: 월간로봇)
존재감 보여준 한국 로봇
이번 DRC만큼 전 세계 사람들에게 주목을 받은 로봇대회가 있었을까 싶을 만큼 현지에서의 반응은 정말 뜨거웠다. 각 팀 당 도전에 주어진 60분이지겨울 수도 있는 시간이었는데, 경기장을 찾은 많은 일반 관중들은 로봇들의 도전 하나 하나에 박수를 보내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관중들의 반응은 어쩌면 로봇에게 기대하는 미래의 모습이 반영된 것이 아니었을까 싶다. 로봇이 인간을 위해 애쓰고, 우리가 이룰 수없는 없는 분야에서 일하는 모습에 응원의 박수를 보낸 것이 아닐까 싶은 것이다.

이러한 미래를 엿보는 데는 DRC 결승전뿐만 아니라 엑스포도 큰 몫을 했다. 흔히 DRC라고 하면 경기만을 떠올리는데 DRC와 함께 펼쳐지는 엑스포는 규모도 클 뿐만 아니라 로봇 전문기업, 연구소 등이 대거 참여해 볼거리가 매우 풍성하다. 일반 관람객을 위해 총 70여 개의 데모와 전시를 한다.

이 엑스포에는 미국 아이로봇, 나사(NASA)의 JPL팀, 로봇 운영 체제(ROS)의 개발 운용을 담당하는 OSRF 외에도 우리나라의 로봇 벤처기업 로보티즈, KAIST도 부스를 차렸다. 또 UCLA 데니스 홍 교수팀의 RoMeLA, UNLV 폴 오 교수팀, MIT 김상배 교수팀의 치타 등도 볼 수 있었다. 이런 세계적인 로봇 이벤트에서 우리나라의 부스를 볼 수 있다는 것은 정말 반가운 일이다. 더욱이 로보티즈 부스는 이번 엑스포에서 가장 큰 규모로 차려져우리 로봇계의 위상을 높였다. 최근 이슈로 부상한 김상배 교수팀의 치타 데모, 보스턴 다이나믹스의 새로운 빅독 버전인 스팟(Spot)도 공개됐다.DRC는 결승전 경기와 엑스포를 통해 현재 선진 로봇 기술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중요한 이벤트가 됐다.

그렇다면 DRC 이후는 어떻게 될까? 이번 DRC가 2004년, 2005년 열린 무인자동차 대회 다르파 그랜드 챌린지, 2007년 열린 도시를 배경으로 한 어반 챌린지와 닮은 꼴이라는 점에서 이번 DRC 이후와 비슷한 양상을 보일 전망이다. 무인 자동차 대회는 기존 무인 자동차 개발사와 연구소에 많은영향을 줬다. 특히 이 도전 이후, 일반인들에게도 무인 자동차가 많이 알려지고 많은 기업이 무인자동차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등 관련 기술 개발에 불을 지폈다.

이번에도 지금까지 일부 회사, 연구소에서 진행됐던 재난구조 로봇이 재조명되지 않을까 싶다. 특히 일본은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와 최근 더 빈번해진 지진, 화산 등의 영향으로 재난 구조 로봇의 필요성이 크게 부각됐다. 국내에서도 세월호 사건 등으로 재난 구조 로봇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더불어 기술적 난이도와 필요성을 둘러싸고 논란이 많았던 휴머노이드 로봇이 재조명 받아 관련 로봇 연구 발전을 촉진하는 기폭제가 될 전망이다. 더욱이 예측하기 어려운 다양한 재난구조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로봇 하드웨어 플랫폼과 상황 인식 능력, 자동화 프로그램을 갖춘 로봇 개발이 촉진될 것이다.

이번에 참여한 4개국 25팀들은 DRC 준비를 통해 많은 것을 얻었다. 미국의 경우, 로봇 강국임에도 불구하고 휴머노이드 부분에서 약한 면모를 보였으나 이번 DRC를 계기로 휴머노이드 분야의 선두로 올라섰다. 일본은 그동안 휴머노이드의 최강국으로 자리 잡았지만 DRC를 계기로 자국 내에 한국, 미국 팀과의 기술적 비교를 연일 뉴스로 보도하고 분석하는 등 기술 재정비에 들어갔다.

한국은 11년간 기술을 축적한 KAIST가 우승, 한국 로봇계의 위상을 높였고 휴보는 내년 6월까지 DRC의 2위, 3위 팀들과 함께 미국 백악관, 일본 로봇 행사, 10월의 한국 로보월드 등 전 세계를 돌며 우리 로봇의 우수성을 전 세계에 과시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됐다. 이에 힘입어 KAIST뿐만 아니라 관련 회사, 연구소 등에 정부의 개발비 지원 등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대회 참가 25개 팀 중 총 4개 팀이 플랫폼으로 채택한 ‘똘망’의 개발기업인 로보티즈는 휴머노이드 플랫폼을 세계적으로 홍보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됐다.

또 자체 모듈형 액추에이터인 다이나믹셀을 참가 25개 팀 중 8개 팀이 사용한 것도 의미 있는 일이다. 서울대, KAIST, 로보티즈 팀이 이번 대회에서얻은 귀중한 경험은 경기 결과를 떠나 앞으로의 한국 로봇계의 중요한 자산이 될 것이다. 이번 DRC는 끝이 아닌 시작이라고 볼 수 있다. DRC를 추진했던 다르파와 한국, 일본 정부는 DRC의 의미를 이어받아 각 국에서 관련 프로젝트를 협의하고 있다. 한국은 ‘미니 DRC(가칭)’라는 이름으로 학술 대회를 이어갈 예정이고, 일본은 2020년 있을 도쿄올림픽에 맞춰 로봇 올림픽을 준비 중이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에서 이번 DRC의 영향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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